코르테즈해의 마지막 속삭임
바키타(Vaquit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고 희귀한 돌고래과 해양 포유류로, 멕시코 북서부의 코르테즈해(Sea of Cortez) 혹은 캘리포니아만에서만 발견된다. 이름은 스페인어로 '작은 암소'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몸길이가 약 1미터 20센티미터에서 1미터 50센티미터 사이이며, 몸무게는 대략 40킬로그램에서 55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형 쇠돌고래다.
바키타는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발견도 어렵고, 연구도 제한적이지만, 그 존재는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과 생물 다양성을 상징하는 지표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고요한 생명체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남아 있는 개체 수는 2024년 기준으로 단 10마리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생물학적 특징 – 작지만 독립적인 존재
바키타는 짧고 둥근 주둥이, 어두운 눈 주변 반점, 작은 등지느러미로 쉽게 구별된다. 피부는 회색과 흰색이 섞인 패턴을 보이며, 수면 가까이에서 조용히 유영하며 생활한다. 이들은 주로 어류, 오징어, 새우 등을 먹으며, 수심이 얕은 해안 근처에서 먹이를 사냥한다.
바키타는 보통 단독 혹은 두세 마리로 이루어진 매우 소규모 집단으로 생활하며, 짝짓기와 번식에 대한 정보는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임신 기간이 약 열 달에서 열한 달 정도이며, 한 번의 출산에서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번식 주기가 길고 새끼를 돌보는 기간도 길어, 개체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빠른 회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평균 수명은 20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천적보다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멸종 위기에 몰린 대표적인 사례다.
멸종 위기의 원인
1. 불법 어업과 혼획
바키타가 멸종 위기에 처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불법 어업이다. 특히 멕시코 해역에서는 멸종 위기종 토토아바(Totoaba)의 부레를 채취하기 위한 불법 그물 사용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토토아바는 중국 전통 의학에서 귀한 약재로 여겨져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이를 잡기 위해 설치된 삼중자망(gillnet)에 바키타가 우연히 걸려 익사하는 사고가 빈번하다. 이러한 '혼획'은 바키타의 개체 수 감소를 가속화시켰다.
2. 정부 단속의 한계와 지역 사회의 갈등
멕시코 정부는 삼중자망 사용을 금지하고 해양 보호구역을 지정했지만, 경제적 생계가 어업에 의존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단속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단속을 우회해 밤낮없이 이어지는 불법 어업은 바키타의 안전한 서식지를 점점 더 좁혀 놓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바키타 보호를 외부 개입으로 간주하며, 보존 활동 자체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이는 지역 사회와의 협력 부족이 보존 활동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낮은 번식력과 유전적 다양성 부족
바키타는 번식 주기가 길고, 임신 당 한 마리의 새끼만 낳으며, 새끼를 돌보는 시간이 길다. 이런 생식 특성은 개체 수가 급감한 상태에서 회복 가능성을 매우 낮추는 요인이다. 게다가 현재 남아 있는 바키타 개체 수가 극소수에 불과해,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는 질병, 환경 변화, 스트레스 등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이어진다.
복원과 보존 노력
1. 국제 협력과 불법 어업 감시 강화
국제환경단체들과 멕시코 정부는 함께 바키타 보호를 위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드론, 위성, 순찰선을 동원해 불법 어업을 적발하며, 삼중자망 사용을 감시하고 철거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멕시코 해군과 국제 NGO가 협력해 해상 보호구역 내 감시를 체계화하고, 어민들에게 대체 어업 방식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
2. 보호 서식지 확대와 생태계 복원
바키타가 서식하는 코르테즈해 북부는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 범위와 관리 수준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에 따라 보호구역의 경계를 확대하고, 인위적 서식지 복원 작업도 논의되고 있다. 토토아바 양식 및 인공 부레 생산을 장려함으로써 불법 남획을 줄이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3.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강화
바키타 보존의 핵심은 지역 주민과의 협력이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통해 수익을 보장하고, 생태관광과 보호 활동 참여를 통해 주민들이 보존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학교에서 바키타 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커뮤니티 기반 생물다양성 캠페인을 통해 인식을 높이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 불법 어획물 소비 자제
토토아바와 같은 멸종 위기종의 식재료가 포함된 식품을 소비하지 않고, 해산물 선택 시 지속가능 어업 인증 제품을 구매하자.
2. 바키타 보호 활동 후원
국제 바다 보호 단체(Sea Shepherd, WWF 등)에 기부하거나, 바키타 보호 활동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공유하자.
3. 환경 보호와 생물 다양성 홍보
SNS, 블로그, 지역 사회 등을 통해 멸종 위기 해양 생물의 보호 중요성을 알리고, 교육과 캠페인 활동에 적극 참여하자.
작고 조용한 생명을 위한 외침
바키타는 인간의 무관심과 탐욕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생명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 존재가 사라질 때 바다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바키타는 우리가 지키지 못한 가장 작은 고래로 기억될 것이다. 바다의 마지막 속삭임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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